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지자 여론은 격렬하게 들끓었다.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분노가 폭발했고, 많은 이용자가 계정을 삭제하거나 보상 논의를 시작했다.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. 이 분노는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?

최근 카카오톡의 ‘프로필 사진 변경 알림’ 기능 업데이트를 떠올려보자. 화면 가득 알림창이 뜨는 기능 때문에 이용자들은 성가심과 불쾌감을 표했고, 카카오는 곧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. 하지만 실제 수정 시점은 4분기로 미뤄졌고, 어느 순간 사람들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. 무섭게 밀려온 분노는 썰물처럼 사라졌다.

쿠팡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 때문이 아니다.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.

• 많은 사람들이 ‘쿠팡의 얼굴’로 알고 있는 김범석 창업주는 2021년 한국 쿠팡 법인의 등기이사와 의장직에서 모두 물러났다.
• 현재는 실질적 오너로 남아 있으면서도 한국 내 법적 책임에서는 한 발 물러난 상태이다.
• 즉, 경영권은 유지하고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.

이러한 구조는 이번 사태에서 보인 대응의 톤을 설명한다. 피해자 불안에 공감하기보다는 해명에 집중하는 태도, 무거움 없는 발언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켰다.

비슷한 시기, SKT 해킹 및 USIM 교체 대혼란이 벌어졌다. 통신망 관련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보도 이후 수많은 이용자들이 대리점에 몰렸고, 전국이 USIM 재고 부족과 긴 대기줄의 북새통이 되었다. 그러나 이 사태 역시

• 실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,
• 어떤 위험이 남아 있는지,
•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

명확히 알기 어렵다. 바로 이 ‘보이지 않는 피해’가 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고, 때로는 감정적 반응처럼 보이게 한다. 그러나 이는 더 큰 위험 신호일 수 있다. 피해의 실체가 모호할수록 책임은 희미해지고, 분노는 빠르게 소멸한다.

나 역시 오랜 기간 쿠팡의 충성 사용자였다. 그러나 이번 대응과 책임 구조를 확인한 후 더는 신뢰할 수 없었다. 어제부로 가입을 해지했고 소액소송에 동참했다. 이 작은 행동이 거대한 변화를 만들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. 하지만 문제를 묻지 않고 지나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실천이다.

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단순한 데이터 유출이 아니다.

* 익숙함이 만드는 무감각 * 편리함이 만드는 침묵

분노가 잠시의 소란으로 끝나는 순간, 다음 사고는 더 큰 규모로 반복될 것이다. 이번 사태가 또 하나의 소란스러운 해프닝으로 남을지,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우리가 얼마나 오래 기억하고 집요하게 묻느냐에 달려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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